어느 날 찬우가 너-무 힘에 부쳐 보였다. 찬우가 죽상을 쓴다는 게 내게는 너무나 큰일이었던 터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대로 밤을 지새우기가 너무 아쉬워, 노트를 꺼내 들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당신 덕에 얼마나 든든한지, 내가 든든한 이유는 당신 직업 때문이 아니라 당신 존재 덕분임을, 또 언제든 내게 달려오라고, 나는 엉덩이 두들겨가며 춤을 추고 있겠다고.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적었다.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살아오며 편지를 족히 수백 통은 적어왔고, 편지를 쓰며 운 경험은 거의 없음에도 눈물이 엉엉 났다. 내가 괴로운 건 당연하고 별스럽지 않은데, 찬우가 괴롭다는 건 너무나 슬픈 일이라 그랬다. 사랑이란 뭘까.. 내가 아픈 건 괜찮아도 상대가 아픈 건 괴로운 그런 걸까.. 흑흑.
찬우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늘 그렇듯 마음이 둥글어졌다. 더불어 마음이 무척이나 미어졌다. 꺼이꺼이 울다가 결국 찬우에게 달려가 안기며 울었다. 찬우는 달래주면서도 잠꼬대를 했다. "지유야 군산에 가본 적 있어?", "그래서 와인은 다 골랐어?"와 같은 말들. 덕분에 엉덩이에 털이 날 정도로 깔깔 웃고 잠에 들었다.
50일 정도 뒤면 찬우와 함께한 지 10년이 된다. 내 마음이 찬우 네 덕에 얼마나 둥근지, 덕분에 얼마나 세상을 잘 구르고 있는지 꼭 알려주고 싶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수십 년도 이렇게 살고 싶다. 덕분에 사랑을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