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어느 날이 생생하다.
예비 중1이라 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한 날에는 눈이 잘 안 보이고, 어느 한 날에는 귀가 잘 안 들리고, 어느 한 날에는 입이 조금 이상했다. 그 3일 동안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말을 했지만 아무도.. 이상하다고 해주지 않아서 내가 예민한 건가, 꾀병인 건가 하는 생각을 했더란다.
그리고 주말이었는지 명절이었는지 한 아침에, 늦잠을 자고 머쓱한 얼굴로 "나 일어났어 헤헤."하고 엄마를 보며 웃는 순간 나는 엄청나게 혼이 났다.
"너 웃는 게 왜 그래!"라며..
하필 이 당시에는 '썩소'라는 단어가 유행을 했고, 우리 부모님은 내가 썩소를 짓는 줄 아셨던 것이다!
이후 오빠도 내 얼굴을 보더니 얼굴이 왜 그러냐 소리를 쳤고, 급하게 한의원으로 달려가 침을 맞았고 + 신경과로 가 바이러스 검사까지 했다. 구안와사라는 병명을 듣고 두 달 동안 약을 먹었고, 6개월 뒤에 완전히 호전됐다! 가끔 가다가 사람들이 웃는 게 이상하다는 말을 해서 더 신경이 쓰였고, 광대를 들어 올려 함박웃음을 짓는 노력을 많이, 아주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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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난 올해 아침, 갑자기 눈이 이상했다. 윙크가 잘 되지 않고 한쪽 눈에 눈물이 고였던 것..! 생각해보니 지난 밤 세수를 할 때 눈이 잘 안 감겼었고, 그 전날에 밥을 먹을 때는 국을 자꾸 흘렸었다. 설마 싶어 신경과를 갔는데 역시나 벨 마비를 진단 받았다.
20년이나 지났으면 의학이 발전할 법도 한데, 여전히 먹어야 할 약이 하루에 20알 정도고.. 2주 동안은 스테로이드 약물을 + 두 달은 약물을 + 6개월은 지나야 완전히 알 수 있다는 말도 듣게 됐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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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마비를 진단 받은 사람 중 70% 정도는 약을 먹지 않아도 자연 치유된다고 한다. 하지만 약을 먹은 사람은 95%까지 호전이 되고, 5%안에 들지만 않는다면 완전히 돌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그 5%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도 심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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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도 바뀔 건 없으니까 기쁘고 웃기게 생각하려 노력하는 요즘! 힘을 내서 살아야지.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가 없다! 통제 가능한 선에서 좋게 생각하고 즐겁게 생각해 보자.